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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Southern California

빅베어 레이크 죽음의 등산 코스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 Cougar Crest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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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방문한 빅베어 레이크에서는 어떤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을까요? 호수 주변으로 둘러싸인 산이 매력적인 만큼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코스는 빅베어 레이크를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 Cougar Crest Trail입니다.


<빅베어 레이크 추천 등산 코스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 Cougar Crest Trail>

40971 North Shore Drive/Hwy 38, Fawnskin, CA 92333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 초입에는 작은 주차장이 있어요. 하지만 자리가 없어서 근처 디스커버리 센터에 주차를 하고, 건물 근처에 잘 포장된 길로 0.1마일 정도 걷다 보면 목적지인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에 도착합니다. 

2마일 조금 넘는 트레일이라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 이곳은 이미 7,000피트(2,133미터)가 넘는 곳이라는 것. 한라산보다 높아? 0-0 (한라산 근처도 안 가본 1인)

완만하게 시작되는 트레일에 룰루랄라 꽃 사진을 찍으며 걸었죠.

노간주나무 Juniper Tree와 피니언 잣나무 Pinyon Pine가 트레일 중간중간에 들어서 있어서 뜨거운 햇빛을 피해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주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별 소용이 없어졌죠. 힘듦 강조.

330번 도로를 달릴 때처럼 여기에도 노란 꽃들이 만개해 있었어요. 역시 6월은 노란 꽃의 달이 맞는 것 같아.

구글 포토 앱에 물어보니 이름은 California Flannelbush. 특히 빅베어 레이크가 있는 여기, 샌 버나디노 San Bernardino와 샌 가브리엘 San Grbriel에 많이 자생한다고 합니다. 

점차 길이 좁아지면서 돌도 많아지고 점점 걷기 힘들어져요. 이미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월을 많이 당한 상태. 

길은 험해지지만 빅베어 레이크의 모습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요. 

위로 올라올수록 호수의 모습과 다운타운, 리조트의 모습이 넓게 펼쳐져요. 이 모습 보려고 높이 높이 등산하는 거 아니겠어요.

 

 

2.2마일 정도 걸으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사실상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은 여기서 끝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버사 피크 Bertha Peak에서 트레일이 끝나더라고요. 끝나는 지점을 지도로 봤는데, 가고 싶겠어요, 안 가고 싶겠어요? 당연히 가고 싶죠. ㅋㅋㅋ 여기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맙니다. -_- 손으로 대충 슥슥 써 내려간 표지판 뒤로 경사가 급한 길이 이어집니다. 

다 올라와서 보면 대략 이런 느낌. 사실 이것보다 더 굉장합니다. -_- 하아;;

한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심한 양갈래 길이 바로 이어지네요. 오른쪽은 짧지만 경사가 심한 길, 왼쪽은 경사가 낮지만 더 많이 걸어야 하는 길. 모험하지 말자 하고 왼쪽 길로 걸었는데, 이것도 너무 힘들어요. ㅜ.ㅜ 제발 살려주세요. 

이쯤 되니 숨이 가빠지고, 어지럽기 시작했어요. 바로 고산증의 시작인 거죠. 

애기 업고 등산하는 아빠도 있고, 게다가 애들도 그냥 막 올라가는데 우리 둘만 헥헥거리고 있고. 미국 사람들, 뚱뚱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등산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하긴, 등산하는 사람들 보니 대부분 날씬하긴 하더라고요. 쩝;;

그래도 높은 곳에 오르니 아름다운 빅베어 레이크가 더욱 잘 보여요. 호수 구경하는 척하면서 계속 쉬기. 하;; 힘들다.

산 중간에 코딱지처럼 붙어있는 눈이 보이시나요? 아직 6월밖에 안 됐는데, 눈은 이미 다 녹아버렸어요. 남은 여름을 얼마나 덥게 보내야 하는 거야?

지금은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천문대가 있어요. 빅베어 레이크도 별 보기 좋은 곳인가 봐요. 

버사 피크에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에요. 사전에 조사한 바로는 송신탑이 있는데, 경사진 언덕을 오르다 보니 이게 뙇! 보이잖아요! 그래서 다 왔다 싶어서 소리를 질렀는데,

오른쪽 꼭대기에 또 뭐가 있네? -_-;; 하;; 여기가 끝이 아녔다니. 여기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저 나무 게이트를 지나 올라가려고 했는데, 길을 못 찾겠더라고요. (사실 찾기 싫었어요.) 뭐 거의 다 올라온 거나 다름없으니 의자에서 좀 쉬다가 내려가기로 했어요. 빅베어 레이크도 볼만큼 봤고 말이죠.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빠르긴 했지만 여전히 힘들었어요. 아, 내 도가니.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을 다시 마주칠까 무서워 도망가는 것처럼 찍혔지만, 이미 저 순간에는 제 다리가 제 것이 아녔습니다. -_-

살면서 이렇게 긴 시간 산을 오른 건 처음이에요. -_- 총 7.7마일(12.3킬로미터)을 걸었고, 등반 고도는 1,361피트(414.8미터), 4시간 20분 정도 걸렸어요. 8,136피트(2479.8미터) 높이까지 갔으니 고산증이 생길 만도 하죠. 고산증이 생길 땐 물 섭취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물을 넉넉히 챙겨가세요. 

다음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어요. 새우살도 굽고, 야채도 굽고. 얼마 전 테메큘라 몬테 데 오로 와이너리에서 구매한 뮈스카 와인을 마셨어요. 아이스 와인처럼 달달하고 맛있더라고요. 뮈스카 와인 추천합니다! 진짜 맛있어요. 

 

나파밸리까지 갈 필요없는 테메큘라 Temecula 와이너리 투어, 몬테 데 오로 Monte De Oro

와이너리 하면 많이 알려진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남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저에겐 거리가 너무 멀죠.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미국 와인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isllee.tistory.com

사실, 다음날도 등산을 할 계획이었지만,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하하;; 우리 내일은 평지만 걷자.

등산 중간에 죽어버린 고프로 배터리, 죽음의 코스는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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