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6일.
혹시 모나크 나비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모나크 나비는 주로 캐나다 남부와 미국 북동부에 서식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멕시코 중부로 겨울을 나기 위해 비행을 하는 나비입니다.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 피스모 비치에 모나크 나비들이 멕시코 중부로 비행을 하면서 잠시 머무르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들러봤어요.
<모나크 나비 군락지 모나크 버터플라이 그로브 Monarch Butterfly Grove>
모나크 버터플라이 그로브는 별도의 큰 주차장이 없어요. 근처에 길거리 주차를 해야 하는데, 전날 저녁에 지나갈 때 보니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 그래서 주차는 쉽게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쉬운 게 있었는데... 그건 있다가 알게 되실 거예요. 흑!
주소 400 S Dolliver St, Pismo Beach, CA 93449
보시다시피 이 장소에서 모나크 나비를 볼 수 있는 달은 11월부터 2월까지 입니다. 제가 예전에 모나크 나비에 대해서 살짝 언급했던 적이 있었죠. ㅎ
유칼립투스 나무가 모여있는 이곳에 휴식을 취하는 모나크 나비가 말 그대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고 해서 그거 보러 왔어요. ㅎ 그런데 너무 일찍 왔나? 나비가 안 보이네요. 걷다 보니 누군가 카메라를 설치하고 연사로 찍게 셋팅을 했던데, 카메라가 찍는 곳을 올려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해가 없어서 더 안 보이나. 아무리 쳐다봐도 그냥 시든 잎 밖에 안 보이는데.
망했나 싶은 찰나에 트레일이 있길래 좀 걸어봤어요. 일찍부터 움직였더니 시간이 많았거든요. -_-
캠핑장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나와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바닷가로 길이 이어집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캠핑장은 대부분 경치가 너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캠핑장 근처만 찾아서 여행 다녀도 되겠다 싶더라니까요.
제가 왜 이런 말을 했냐면 여기 산책로, 정말 환상이에요. 원래는 '나비나 실컷 봐야지' 했는데, 나비를 못 봐서 차선책으로 진행했던 건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거 있죠.
주변이 온통 푸릇푸릇하죠. 이건 잔디가 아니에요.
바로 다육이예요. 0-0 얘가 '나 잔디에옹' 하듯 사방에 깔려있어요.
산책하다 보면 바다도 슬쩍 보이는데, 바다 구경하는 것보다 여기 걷는 게 훨씬 좋아요.
길도 나무다리로 잘 만들어져서 하나도 안 힘들어요.
이렇게 바다가 나오면 이 트레일은 끝입니다. ㅎ
이게 다 다육이라니.
그리고 다시 출발 장소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아까보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뭔 일 이래? 다 나무 꼭대기만 쳐다보고 있어요. 우리 아까 거기 봤는데 아무것도 없던... 응?! 이게 뭐야? 나뭇잎 아니었어?! 이게 바로 모나크 나비의 스케일이다!
와~ 나비들이 날개를 죄다 접고 있으니 칙칙하게 시들어 버린 잎으로 보였던 거였어요. 빛이 들어오니 확실히 나비로 보이더라고요. 이것 때문에 너무 이른 시간에 온 걸 후회한 거였어요.
날개를 펼친 모나크 나비의 색은 정말 예쁘죠.
앞서 언급했듯이 모나크 나비는 겨울을 나기 위해 멕시코까지 무려 2000마일을 이동합니다. 물론, 한 마리가 그 긴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걸쳐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며 이동을 합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조상들에게 어떤 정보를 이어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은 매년 같은 장소로 찾아옵니다.
아무리 따뜻한 피스모 비치라 하더라도 겨울에는 윈터 스톰과 강한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모나크 나비들은 군집을 이루며 서로를 바람과 비로부터 보호를 합니다. 또한 추운 날씨에는 이렇게 나무에 매달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나크 나비의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이렇게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 모나크 나비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월동지가 훼손되고, 먹이 부족으로 인해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나크 나비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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