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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Southern California

양귀비꽃이 만개한 캘리포니아 슈퍼블룸(SUPER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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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남캘리포니아를 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린 덕에 곳곳에 야생화가 만발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 사건(?) 이랍니다. ^^

슈퍼 블룸(SUPER BLOOM)이라고 칭할 정도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의 주화인 양귀비꽃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 가장 인기 있는 장소였어요. 제가 작년에 다녀온 레이크 엘시노어(LAKE ELSINORE) 워커 캐니언(WALKER CANYON)은 디즈니랜드 방문자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양귀비꽃의 훼손이 심해 한때는 폐쇄조치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현상에 시 당국은 차량을 제한하고 근처 쇼핑몰에서 유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게 되었고, 저희는 꽃이 만개한 때를 살짝 지난 2019년 3월 30일에 다녀왔어요. 

올해도 작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나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방문 전 홈페이지를 확인하세요.

City of Lake Elsinore : Home

Eggapalooza Hop on over to our free egg hunt & fair! ... read more>>

www.lake-elsinore.org

워커 캐니언은 집에서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하자고 합의를 봤어요. 전날 잠에 들기 전에 저는 곰배 씨에게 말했습니다. '내일 여섯 시에 일어나서 눈곱만 떼고 머리 툴툴 털고 출발할 거야.' 곰배 씨는 제가 정말 그럴 줄은 몰랐나 봐요. 왜? 내가 창피해? 내가 부끄러워? 일찍 가야 사람이 별로 없단 말이야. -_- 쇼핑몰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 티켓을 사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많이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과감히 분장을 포기했습니다. 덕분에 여유롭게 입장할 수 있었어요. 앙?! 듣고 있나, 곰배?! 내 덕분에 여유롭게 올 수 있었다고! 앙?!

트레일 입구에 들어서니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는 매우 달라서 '때를 놓친 건가' 했어요. 내가 봤던 모습은 이런 건데. 많이 다르네. -_-

<이미지 출처 : 구글>

곳곳에 양귀비꽃이 피어있지만 거의 지고 있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다른 야생화들이 허전함을 메워주고 있어서 지금이라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트레일을 따라, 사람들을 따라 계속 올라갔어요. 양귀비꽃이 워낙에 색이 밝고 예뻐서 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먼 곳을 바라보면 꽃이 많이 피었구나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해도 점점 높아지고, 꽃 색도 점점 도드라져서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기분이가 조금씩 좋아졌어요. 얼굴을 포기한 보람이 있구나. ^^

트레일 초입보다 안으로 들어오면 꽃이 더 많이 피어있어요. 힘들지만 꽃을 보기 위해서 계속 걸어줘야 합니다.

더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양귀비 군락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는 꼭 지켜주시고, 꽃은 절대로 훼손하지 마세요. 다음 사람들도 그 아름다움을 즐겨야 하니까요.

이것 봐요, 다들 곱게 차려입고 예쁘게 화장하고 온다니까요. 아니, 난 여섯 시에 일어나서 눈곱만 떼고 나왔는데 다들 몇 시에 일어나길래 저렇게 잘 꾸미고 나온 거지? -_-

뭐, 덕분에 저를 찍은 사진은 마치 '월간 산'의 잡지 표지처럼 나왔지만 말이죠.

망했나 하는 순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산 위로 올라간 덕에 만개한 양귀비꽃을 마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역시 아름다움은 쉽게 보여주지 않는구먼.

이제 슬슬 하산을 합니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저희가 왔을 때보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올 겨울은 심한 가뭄이었어요. 그래서 작년 같은 슈퍼 블룸은 볼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씩은 비가 많이 내리기도 하니 내년을 기약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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