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에는 Irvine Ranch Open Space라는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는 야생구역이 있는데요, 특히 오렌지 카운티의 미니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칭이 붙은 더 싱크스 The Sinks가 가장 유명합니다. 세 번째 도전만인 5월 13일, 그곳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예약으로만 입장할 수 있는 오렌지 카운티의 미니 그랜드 캐니언 더 싱크스 The Sinks>
더 싱크스는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등록을 위해 먼저 홈페이지에 접속합니다. 보통 이곳에서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은 가이드를 대동한 하이킹이 대부분인데, 가끔 가이드 없이 제한된 인원을 입장시키는 프로그램 (Wilderness Access Day)도 있습니다. 본인 페이스에 맞게 하이킹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저는 이 프로그램을 주말에 하길 원하니 Special Event, On Weekends를 선택하고 검색합니다. 먼저 가입을 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인원수와 동반인의 이름을 입력하고 예약하면 확인 메일이 올 거예요.
트레일 시작점은 Portola Staging Area. 구글에 이 이름을 검색하면 엉뚱한 곳이 나오니 메일로 보내준 지도와 설명을 보고 찾아가셔야 합니다. 이렇게 설치된 천막이 보이면 여기서 본인 확인을 합니다. 이분들이 미리 예약자 명단을 출력해 왔으니 본인 이름을 확인하고, 사인, 비상연락망을 작성합니다.
여러 개의 트레일이 있지만, 이날 출입이 가능한 트레일은 제가 걸은 이곳이 전부입니다. 총 9.5마일이며, 본인 체력에 따라 정하시면 됩니다. 더 싱크스를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서쪽과 동쪽, 총 두 개가 있습니다. 그럼 출발해 봅시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것 같은데 희한하게 땅은 쩍쩍 갈라져 있고. 개는 동반할 수 없으니 저 발자국은 분명 야생동물일 텐데. 후덜덜. 땅속에 용이라도 한 마리 숨어있는 것처럼 땅의 표면은 비늘처럼 일어났고. 뭐야? 평범하지 않는데? 이상해. -_-
이제껏 9.5마일 하이킹은 해본 적이 없어서 설레기도, 두렵기도 했지만, 늘 그랬듯이 일단 가다가 힘들면 돌아오기로 합니다.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50명도 채 되지 않아 정말 한적했어요. 예약한 사람들보다 레인저들을 훨씬 더 많이 봤네요. ㅎ
애벌레 꽃이 정말 징그럽게 자랐지요. 진짜 벌레 같다. ㅎ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사암 절벽.
갑자기 곰배님이 '앗! 쥐다!'라고 해서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이놈이... 그래, 너도 쥐이긴 하지. (첨엔 두더지인 줄 알았는데, 들쥐라네요.)
2.6마일 정도 걸어오니 더 싱크스를 볼 수 있는 서쪽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짙게 깔려 있던 안개도 차츰 걷히고, 사람들도 많이 마주치게 되었어요. 지금 보는 이곳은 수백만 년에 걸친 산사태와 하천의 침식으로 형성된 사암 절벽입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어서 꽤 크게 느껴집니다. 한 화면에 담을 수가 없네용.
자, 이제 갈길이 머니 서둘러 동쪽 전망대로 향해 봅니다. 아, 여기서부턴 마주치는 사람이 더더욱 없었습니다. 대부분 서쪽 전망대까지만 갔다가 돌아가는 것 같아요.
붉은빛의 사암 절벽이 잘 보이는 이곳에서 직진하면 동쪽 전망대에 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 1.7 마일을 더 걷고자 다른 길로 들어섭니다. 왜 그랬을까? -_-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 오렌지 카운티의 미니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엄청난 규모는 아니에요. 딱 동네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그런 느낌?
Markel Spur라는 트레일인데, 저희가 가고 있는 방향은 내리막길이지만, 반대로 온다면 스위치백 구간이 있을 만큼 경사가 있는 편이라 힘들 수도 있어요.
이런 표지판이 보이면 동쪽 전망대에 다 온 거예요. 어? 그나저나 Mustard 트레일이 이름이 참 익숙합니다. 네, 제가 이미 여러 번 소개한 화이팅 랜치 공원의 그 머스터드 트레일과 연결되어 있어요. 어쩐지 분위기가 비슷하더라니.
동쪽 전망대는 서쪽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아까는 바로 눈앞에서 거대한 사암 절벽을 마주했다면 여기에서는 드넓은 풍경과 사암 지대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깎아진 듯한 붉은 사암 절벽은 화이팅 랜치의 레드락과 굉장히 비슷해요.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그런가.
저 멀리 설산도 보이네요.
주변이 녹색 빛을 잃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날이 더워지기 전에 라임스톤 캐니언을 갈 수 있었던 건 아주 행운이었어요. (그전에 신청했던 프로그램은 비 때문에 취소됨.) 다만 전망대에 의자가 없어서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요. 한 번도 안 쉬고 5마일을 걷다니. 0-0
자, 이제 4마일을 더 걸어야 하니 어서 하산합시다. 여긴 입산할 수 있는 날짜뿐만 아니라 시간도 정해져 있어요. 8시부터 1시까지. 9.5마일을 완주하려면 8시에 맞춰와야 여유로울 거예요. 저는 8시 30분 정도에 하이킹을 시작했더니 시간이 촉박하더라고요.
아침에는 눈을 꼭 감고 있던 꽃들도 날이 점점 뜨거워지니 어느새 똘망똘망하게 저를 쳐다보고 있어요.
떨어질까 봐 나뭇가지를 꼭 붙잡고 있는 저 작은 두 손. ㅋㅋㅋ 거길 안 올라가면 됐잖아. 네가 무슨 미어캣이니? ㅋㅋㅋ
하이킹이 끝날 때 즘 만난 사람들. 다행히 우리가 꼴찌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주차된 차가 세대밖에 없긴 하더이다. -_-
동네에 살면서 이제야 다녀온 라임스톤 캐니언의 희소성이 높은 하이킹 코스. 또 다른 분위기에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다만 난생처음으로 9.5마일의 하이킹(난이도가 쉽긴 했지만)을 해서 그런지 곰배님은 통풍이 도졌고, 저는 멀쩡했습니다. -_- 앞으로 9마일 넘는 트레일은 안 한다고 하시는데, 난 다른 곳도 가고 싶은데 어쩌지? 나만 갈까?
[미국 여행] 꼭 가야할 명소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1탄 - 이스트림(EAST 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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