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캘리포니아에 주기적으로 고온 건조한 산타 애나 바람이 부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바람으로 인해 건조해진 덤불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켜 산불이 발생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나타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불은 나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고온 건조한 산타 애나 강풍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덮치고 말았다. 이번 주 월요일 새벽에 나타난 산타 애나 윈드는 우리 동네 뒷산을 급습해버린 것이다.
강풍으로 인해 불길은 잡을 수가 없었고, 바람을 타고 불덩이가 날아다니며 주택가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곳은 강제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도 최대한 버텨보려고 애썼지만 집으로 스며들어오는 연기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탈출을 결심했다.
팬데믹 선언 이후 20분 이상 거리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무려 한 시간이나 넘는 거리를 이동하고야 말았다. 또한 집이 아닌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숙박시설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무척 걱정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숙박업체들은 뉴 노멀을 제대로 준비한 듯했다. 방을 깨끗하게 청소했다는 표시로 문에 스티커를 붙여두었다.
손님들의 손을 많이 타는 물품 또한 소독을 해 둔 상태였다.
뷔페식으로 제공되던 아침식사는 그랩 앤 고 GRAB-N-GO 형식으로 바뀌었다.
팬데믹 이후 일주일에 한 번 마트, 동네 산책이 전부였던 우리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호텔에 머물고 있던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녔다. (캘리포니아라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만) '마스크 지지리도 안 쓰고 다니네'라고 흉봤던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ㅎ 숙소는 걱정만큼 위험하지 않아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갈 계획인데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하고 말았다. 하아;; 집으로 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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