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온난한 날씨로 유명한 남캘리포니아에 얼마 전부터 꽃이 핀 나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벚꽃을 구경할 때가 다가온건가?라는 기대감에 여기저기 찾아보니 집에서 30여 분 떨어진 샤버럼 공원에 벚나무가 있다고 해서 주말에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넓은 풀밭과 설산이 보이는 LA 샤버럼 공원 Peter F. Schabarum Regional Park>
공원으로 향하는 내내 중국어가 쓰인 건물들이 굉장히 눈에 많이 띄었어요. 아마 이 공원이 있는 동네가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인가 봐요. 역시나 공원에도 동네 산책을 나온 중국인들로 가득했어요. 순간 중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뻔. -_-;;
샤버럼 공원은 주말에는 $6의 주차비를 내야 합니다. 입구 근처에 주차를 하고, 말 농장이 나올 때까지 산책로를 따라 걸었어요. 말 농장 근처에 벚나무가 있다는 글을 봤거든요. 걷는 게 싫다면 Powder Canyon Mtwy를 따라 운전하고 말 농장 근처에 주차를 하세요.
사실 남캘리포니아에서 벚꽃에 대한 기대는 버린 지 오래예요. 예전에 몇 번 시도를 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돌아온 건 실망뿐. 그 뒤로 헛걸음은 하지 않겠다 다짐을 했지만 봄만 되면 벚꽃에 대한 설레임에 해마다 검색을 하는 저를 발견하곤 하지요. -_- 그러다가 찾게 된 곳이 바로 샤버럼 공원이에요. 하지만 말 농장까지 걷는 내내 꽃이라곤 1도 보이지 않네요. 또 낚였어.
말 농장에 도착하면 오른쪽은 약간 험한 하이킹을 할 수 있어요. 말 농장 주변을 둘러봐도 벚꽃은 보이지 않아서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샤버럼 스카이 라인 트레일이라는 저 짧은 언덕길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듯이 보이더라고요. 저의 산책 특징은 계획에 없던 트레일(이라고 쓰고 고생길이라고 읽는다.)을 하는 거지요. 이젠 뭐 놀랍지도 않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갔어요.
그리고 마주한 언덕 위 풍경. 눈이 확 트일 만큼 초록 초록한 벌판과 청명한 하늘, 붓으로 그린 것 같은 흰색 구름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
게다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저 멀리 수줍게 산이 보이기까지 합니다.
녹색의 들판과 푸른 하늘을 보고 있자니 윈도우 배경 화면이 생각났어요. 멋진 사진을 찍어서 마소에 팔고 싶은 마음에 계속 사진을 찍긴 했지만, 그냥 그렇네요. ㅎ
완전히 메말라버린 사막처럼 땅은 쩍쩍 갈라져 있고, 농장 말들의 발자국이 화석처럼 선명하게 찍혀있어요. 올해는 가뭄을 벗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바람과는 달리 전혀 그렇지 못하네요.
멋진 풍경이 이제 끝났나 싶을 때,
다시 한번 나타나는 드넓은 풀밭과 멀리 병풍처럼 둘러진 산의 모습이 보입니다.
게다가 생뚱맞게 있는 야자나무까지. ㅎ 그런데 묘하게 어울린단 말이지.
멀리 보이는 설산은 위치 상 LA에서 제일 높다는 샌 안토니오 산 Mt San Antonio으로 추정됩니다. 따뜻한 남캘리포니아에도 고도가 높은 곳은 눈이 옵니다. 마운틴 지역에 눈이 많이 온 다음날 샤버럼 공원을 방문한다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겠어요. ^^
벚꽃을 보러 왔다가 예상치 못하게 푸릇푸릇한 풍경과 조우한 주말 산책. 미국에서 벚꽃은 워싱턴 DC 말고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요? ㅎ 차라리 캘리포니아의 벚꽃이라고 알려진 자카란다를 구경하는 게 벚나무를 찾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어요. ^^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제가 너무 이른 시기에 방문한 것 같아요. 아무리 따뜻한 지역이라고 해도 3월은 넘어야 했는데. 그럼 다음 달에 다시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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