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화이팅 랜치 야생 공원은 첫 방문은 아니에요. 지난번 방문 때 목표 지점으로 정했던 레드락까지 가지 못해서 다음에 다시 오자 했는데 다음이 이렇게 빨리 돌아왔지 뭐예요. ㅎ 화이팅 랜치 야생공원은 입구가 여러 개가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입구를 통해 레드락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콘코스 파크 Concourse Park에서 시작, 포 코너스 Four Corners까지 간 다음, 레드락까지 올라갈 계획이었어요. 결론은, 이 날 또 레드락까지 가지 못했어요. ㅎㅎ 포 코너스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드레디드 힐 Dreaded Hill을 통해 하산했습니다. ㅜ.ㅜ
콘코스 파크에서 시작하는 트레일이 아주 쉬운 레벨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주말 등산 코스는 온전히 제가 짜고 있기 때문에 쉬운 레벨을 고집하는 곰배님에게는 비밀로 했습니다. 한번 당해봐라. ㅋㅋㅋ
처음은 이렇게 평온하게 시작합니다.
낮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정상을 향하는지라 오르막길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산 중턱에 회색 동그란 원통형 구조물이 보이죠? 저긴 물탱크인데, 처음에 말한 포 코너스가 바로 저기입니다. 저기까지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거죠. ㅜ.ㅜ
구글맵에서 고도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길이 이어지긴 한 건가? 이날 저를 힘들게 했던 게 날이 정말 더웠어요. 덥기도 했지만 남캘리포니아 트레일 특성상 그늘도 없고, 뜨거운 바람조차 불지 않아 숨이 턱턱 막혔어요. 게다가 계속 오르막. 몇 번의 하이킹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전 날씨에 약하고, 곰배님은 오르막에 약하더라고요. 이날은 제가 빌빌댔어요. 곰배님 골탕 먹이려다 제가 당했죠. -_-
포 코너스에 겨우겨우 도착했어요. 왼편에 붉은 사선 같은 게 보이시나요? 저기가 레드락이에요. 아직도 갈길이 멀겠구나라고 느낀 저희는 그냥 하산하기로 합니다. 이미 올라왔던 길 말고 다른 길로 가고 싶어서 선택한 게,
하필 오르막부터 시작. 뭐야? 천국으로 가는 길이야? 하나님 안 믿어도 천국 갈 수 있구나.
포 코너스에 자리 잡고 있던 물탱크가 보일 만큼 올라왔어요. 이쯤에서 저는 투덜거립니다. 이런 길로 힘들게 하산할 거면 그냥 레드락을 가지.
하지만 다행히도 어느 정도 걷다 보니 내리막이 시작되었어요.
야생 호박인가? 나름 호박을 달고 있네.
갑자기 엄청난 경사가 시작됩니다. 드레디드 힐 Dreaded Hill라는 트레일인데, 레벨이 최상이에요. 저희는 내리막으로 하산하고 있지만, 이 길로 올라온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그래, 어쩐지 아무도 마주치지 않더라니.
그러다 홀연히 나타난 한 아저씨.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십니다. 미친 사람인가, 대단한 사람인가.
드레디드 힐 트레일이 끝나고, 내려왔던 길을 잠깐 뒤돌아 봤어요. 길이 무슨 장벽 같지 않나요? 엄청난 경사입니다. 이런 길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해.
간식 먹으려고 그늘에 멈췄는데, 사슴들도 간식 시간이었는지, 풀을 뜯고 있어요. 이렇게 메마른 곳에 먹을 게 있는 거니?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보이는 무시무시한 경고문. ㅎㅎ 물도 다행히 남아있었고, 무사히 돌아왔지만 레드락을 또 가지 못했어요. 다음에는 정말 꼭 가고야 말 거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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