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에서의 하루는 온종일 트레킹에 보낼 계획입니다. 저희는 저질 체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에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네, 의심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 그렇다면 어떤 트레킹을 했는지 구경 한번 해보실까요?
<미스트 트레일을 따라 버날 폭포와 네바다 폭포, 존 뮤어 트레일까지>
미스트 트레일 Mist Trail은 요세미티 밸리 Yosemite Valley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트레일입니다. 요세미티 밸리에서는 무료 셔틀을 타고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미스트 트레일은 16번 해피 아일 Happy Isles에서 내리면 됩니다. 저는 1번 정거장에 주차를 하고 이스트 밸리 셔틀 East Valley Shuttle을 타고 12번, 19번, 18번, 15번을 거쳐 16번에서 내렸습니다. 16번과 가까운 19번 커리 빌리지에도 주차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여기에 많이 몰려 있는데, 이미 앞선 정거장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을 태운 탓에 여기선 다섯 명도 탈 수 없어요. 저처럼 1번에서 타는 게 그나마 편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미스트 트레일을 살펴볼까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버날 폭포 다리 Vernal Fall footbridge까지는 2.6km, 1시간 30분 소요, 버날 폭포 Vernal Fall까지는 3.9km, 3시간 소요, 네바다 폭포 Nevada Fall까지는 8.7km, 5~6시간 소요됩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네바다 폭포까지 가서 존 뮤어 트레일로 내려오는 5~6시간이 걸리는 코스입니다. 중간에 힘들면 언제든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경험 상 목표로 삼은 곳까지 꾸역꾸역 올라가서 고생을 사서 하는 편입니다. -_-
트레킹 전에 일인당 2리터 이상의 물과 간식을 꼭 준비하세요. 그럼, 이제 출발해 볼까요?
요즘 미국은 마스크 쓴 사람이 거의 없는데, 산불 때문에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했어요. 버날 폭포 다리까지는 잘 포장된 길인데, 처음부터 경사진 길이라 꽤 자주 쉬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너무 힘들었어요. 이날은 더위도 한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_-
버날 폭포 다리까지 왔어요. 여기에 음수대가 있는데, 물이 부족한 사람은 꼭 물을 충전하고 가야 합니다. 여기를 지나면 흙길과 돌길이 이어집니다.
아직은 체력이 괜찮으니 버날 폭포로 향해 볼까요.
걷다 보니 버날 폭포가 서서히 드러나고, 끝없는 계단이 이어집니다. 지금은 수량이 가장 적다는 9월. 5월에 오면 미친 듯이 쏟아지는 폭포수로 인해 물안개가 자욱하고, 계단이 무척 미끄럽고, 사방팔방으로 튀는 물 때문에 온몸이 다 젖는다고 해요. 그래서 미스트 트레일이라는 이름이 붙어나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땐 개인적으로 9월이 걷기에 더 좋은 것 같아요. 길도 안 미끄럽고, 폭포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폭포가 보이는 지점까지 와도 가파른 계단은 계속 이어지는데, 왜냐면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죠. -_- 첫 번째 목표지점은 버날 폭포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거든요.
희미하지만 무지개도 보여요. 폭포물이 많을 땐 이것보다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겠죠.
돌계단이 끝나면 절벽에 간신히 만들어진 펜스를 따라 좁은 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양방향에서 사람들이 있을 때 비켜주기 힘들 정도입니다.
올라가기 전에 아래를 한번 쳐다봤어요. 아직도 올라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요. 버날 폭포 꼭대기까지는 미스트 트레일을 찾는 대부분 사람들의 1차 목표지점인 것 같습니다. 진짜 사람 많아요.
버날 폭포 꼭대기에 오면 폭포의 시작점을 아슬아슬하게 사진 찍을 수 있습니다. 뭐야, 아래에서 보는 것만큼 멋지진 않네. ㅎ
네바다 폭포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잠시 머물다가 버날 폭포로 떨어지는 에메랄드 풀 Emerald Pool. 이 날 수영과 물놀이는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웬일로 다들 말을 잘 듣는 거지?
버날 폭포를 지나 네바다 폭포로 향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체력이 괜찮았거든요. ㅋㅋ 새도 사람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도망도 잘 안 가더라고요.
버날 폭포를 지나면 많이 한가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날 폭포까지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거든요.
한참 걷다 보니 구구궁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네바다 폭포가 눈앞에 보입니다. 물론 다 온 게 아닙니다. 이번에도 네바다 폭포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거든요.
돌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집니다. 이쯤 되니 곰배님이 고관절이 나갈 것 같다며 저보다 못 올라옵니다. 그러게 평소에 나처럼 운동을... 해... -_- (양심 찔림) 진짜 힘들었던지 이 지점은 동영상도 찍지 않았더라고요. ㅋㅋㅋ
야호! 우여곡절 끝에 네바다 폭포 꼭대기까지 올라왔어요.
다리 위에서 바라본 네바다 폭포의 모습. 봄이었다면 저 젊은이들이 누워있는 곳까지 물이 흘렀을 겁니다.
힘들게 올라온 산꼭대기에 이렇게 여유로운 분위기의 계곡이 존재한다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ㅎ 다들 옷을 하나둘 벗으며 물놀이를 시작합니다. 여기는 버날 폭포와는 다르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피곤해진 발을 진정시켜 줬어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요, 가져온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등산 중간중간 쉬면서 에너지바 몇 개만 먹고 말았는데, 기력이 많이 딸리더라고요. 4시간 이상 걸리는 트레킹을 할 경우에는 꼭 든든하게 먹을거리를 가져가야겠어요.
충분히 쉬고 하산을 합니다. 하산은 존 뮤어 트레일로 걸어갑니다. (존 뮤어 트레일은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입니다. 완주할 자신은 없고, 이 기회에 살짝 맛보기로 걸어보고 싶었어요. ^-^)
제가 여기는 꼭 걸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기서 네바다 폭포와 리버티 캡 Liberty Cap이 한눈이 보이거든요.
요런 사진도 찍어보세요. ㅋㅋ
하산을 하면서 곰배님이 이번에는 무릎이 아프대요. 그러게 평소에 나처럼 운동을 하라니ㄲ... -_-;; (또 양심 찔림)
총 6.84마일 (11킬로)를 걷고, 2065피트 (629미터)를 올랐습니다. 쉬는 시간 1시간 40분을 합해 총 5시간 50분이 걸렸어요. 안내도에 평균적으로 5~6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 시간을 넘지 않았으니 아주 성공적인 트레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무료 셔틀을 타고 돌아가는데, 앉을자리도 없고 너무 힘들었어요. 곰배님은 거의 기절 직전까지. 시간 아끼려고 억지로 타지 말고, 충분히 쉰 다음에 버스에 탑승하세요.
곰배님이 정성스럽게 찍은 동영상을 짜깁기했습니다. 미스트 트레일의 모습이 궁금하시면 클릭! ^-^ 모두들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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