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5일 기준.
이른 아침, 추위에 달달 떨면서 온천 지구를 구경하고, 다시 단풍을 구경하러 컨빅트 호수 Convict Lake로 갔어요. 얼마 전 내린 눈으로 덮인 거대한 산 아래 이제 막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나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저기는 컨빅트 호수 옆에 있는 캠핑장인데, 가까이에서 보면 전혀 느낌이 나질 않아요. 멀리서 봐야 멋있음. ^-^
단풍 여행 전에 컨빅트 호수 후기를 찾아보니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기 없는 곳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어요. 그리고, 도대체! 왜! 여기 후기가 그렇게 없는지 의아했어요. 정말 멋진 곳인데 말이죠. 저라면 가장 유명하지만 볼거리가 없는 레이크 사브리나는 건너뛰고, 여길 오겠어요. 물도 엄청 맑아요.
전망대에서 출발하는 0.3마일의 짧은 트레일이 있어요. (전망대 기준 왼쪽 방향) 여기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이유가, 길이도 짧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길 양 옆으로 심어진 나무가 마치 터널을 만들어 준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아묻따 여긴 그냥 걸으셔야 합니다.
1871년 칼슨 Carson 감옥에서 탈옥한 탈주범들과 보안관 로버트 모리슨이 대규모 총격을 벌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으로 모리슨은 순직하고, 모리슨을 기리기 위해 호수를 둘러싼 산은 모리슨 산으로, 재소자, 기결수를 뜻하는 컨빅트 호수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과는 다르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였네요.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마냥, 위로 뻗은 나뭇가지들은 자연스레 그늘을 만들어주고, 부드럽게 쏟아지는 빛은 흡사 노란 조명을 켜 놓은 것처럼 아름다웠어요. 역시 사진은 그 순간을 담아내지 못하네요.
아스펜 나무 터널길이 끝나면 컨빅트 레이크 루프 트레일 Convict Lake Loop Trail이 바로 이어지는데, 우리가 서있는 반대편 호수는 나무도 없고 해서 (사실 힘들어서 걷기 싫...) 다시 되돌아왔어요.
선착장이 있길래 갔더니, 대치 중인 강아지 두 마리. 뭐 하는 거냐면 인절미가 물속에 들어가 주인이 던진 나무를 물고 나오는데, 푸들이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가 인절미가 물어온 나무를 뺏으려고 하더라고요. 와! 영악한 놈.
아! 컨빅트 호수의 화장실은 공사 중이라 근처에 있는 컨빅트 레이크 리조트 Convict Lake Resort를 이용했어요. 저는 웬만하면 여기 화장실을 이용하시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 깨끗해요. 단풍도 볼만하고요.
10시 정도가 되니 배가 너무 고파서 리조트에 있는 푸드 트럭에서 부리토를 먹기로 했어요.
계산과 주문은 맞은편 오피스에서 하면 됩니다. 저 젊은 친구들은 낚시를 하기 위해 라이센스를 구입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비숍 여행에서 이 부리토가 제일 맛있었어요. 왜 이런 게 맛있고 그런 거야. -_-
단풍 아래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컨빅트 호수는 꼭 가셔야 합니다. 제가 갔을 땐 단풍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 나름대로 멋이 있었고, 제가 방문한 다른 곳과 비교하면 아스펜 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에요. 레이크 사브리나는 여행 계획에서 빼고, 여길 추가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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