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5일 기준.
캘리포니아 비숍 단풍 여행을 할 때 매머드 Mammoth의 준 레이크 June Lake도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얼마 전 눈도 내려서 낡디 낡은 우리 자동차 타이어가 버텨줄지 의문이기도 했고, 체인도 없고, 거기까지 가면 또 욕심부려서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질까 봐 아주 깨끗하게 포기하고, 이 주변을 선택했어요. 아침 일찍 찾은 이곳은 단풍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검색을 하다가 꼭 가보고 싶어서 이번 여행 계획에 추가했습니다. 바로 핫 크릭 지질학 현장 Hot Creek Geological Site인데요, 여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온천이 아니라, 말 그대로 펄펄 끓는 쌩(?) 온천물이 있는 곳입니다. 작은 옐로 스톤이라고 해두죠. ㅋㅋ 내 맘대로.
395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오른쪽 핫 크릭 해처리 로드 Hot Creek Hatchery Rd로 들어섭니다. 처음에는 도로 상태가 괜찮은 편인데, 마지막 1마일 정도는 자갈이 깔린 비포장 도로가 이어집니다. 타이어 생각해서 눈 깔린 도로를 피했더니 더 심한 게 기다리고 있었네?
공식 오픈 시간은 8시부터 라고 되어 있는데, 왠지 늘 열려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ㅎ 어쨌든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어요.
저 아래에 수증기가 부글부글 올라오고 있어요. 그리고 유황 냄새가 쪼끔 납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겨울 점퍼를 주섬 주섬 챙겼는데, 곰배님은 속으로 '겨울 옷을 가져갈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대요. 네, 필요합니다. 정말 추웠어요. 물 가까이 가면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트레일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하나도 안 따뜻해요. ㅜ.ㅜ 그러니까 겨울 점퍼 꼭 입으세요. 비록 여기서 한번 입고 말았지만, 그래도 추운 것보단 나으니까요.
물이 아닌 바위틈에서도 수증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아직 마그마가 활동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니 언제 어디서 뜨거운 김이 나올지 모르니 정해진 트레일만 걷는 게 좋겠죠.
트레일은 그렇게 길지 않아요. 여기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보고, 걷고,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물은 마치 계곡처럼 흐르고, 수증기가 없었다면 전혀 위험한 줄 모를 것 같아요.
여기를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너무 이른 오전이라 그늘이 져 버렸어요. 영롱한 옥색 빛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10시 이후에 오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런 복병이 있을 줄이야. -_-
주변 돌에는 다양한 색이 입혀져 있어요. 처음에는 돌의 성분에 따라 색이 어찌어찌 변한다 뭐, 그런 걸 둘이 얘기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냥 이끼인 것 같았어요. 무안. ㅋㅋ
약 7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성되어 간헐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마그마가 올라올 때마다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합니다. 이렇게나 뜨거운 물에 식물이 살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금지되어 있지만 송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상류 쪽에는 송어 부화장도 있다고 해요. 아, 아예 못 사는 건 아니구나.
시간이 지나니 그늘이 서서히 없어지고, 선명하진 않지만 옥색 빛의 온천을 볼 수 있었어요.
처음 왔을 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별로 인기 없는 곳인가 보다 했는데, 떠날 때가 되니 서서히 들어오는 차들이 많았어요. 타이밍이 정말 좋군요, 당신들은 옥색 빛의 온천을 볼 수 있겠어요.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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