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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Central California

4000년 넘은 나무가 사는 곳, 고대 브리슬콘 소나무 숲 Ancient Bristlecone Pin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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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5일 기준.
1박 2일 비숍 단풍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오래된 브리슬콘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고대 브리슬콘 소나무 숲으로 정했어요. 원래는 앨라배마 힐스를 가려고 했는데, 비숍 여행 도중 얻은 각종 팸플릿에 고대 브리슬콘 소나무 숲을 소개하는 글에 이렇게 멋진 사진이 자꾸만 유혹을 하는 거예요. 나중에 여기만 따로 가자니 굉장히 애매하고, 시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비숍 갈 때 들르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멀어서 포기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사진 때문에 고대 브리슬콘 소나무 숲을 가기로 하고, 시간이 남으면 앨라배마 힐스를 가기로 했어요.

고대 브리슬콘 소나무 숲은 화이트 마운틴, 인요 내셔널 포레스트에 속하는 곳으로 가는 길이 굉장히 길고, 꼬불꼬불하며, 마치 하늘로 향하듯 끝없이 올라갑니다. 고도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도로 옆으로 절벽이 보이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도로 옆으로 아찔한 절벽이 이어집니다. 운전 초보는 절대 도전하지 마세요.

목적지에 도착하고 비지터 센터에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확실히 모르겠어요. 저희는 그냥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을 구매했거든요.

이곳엔 두 개의 대표 트레일이 있는데, 디스커버리 트레일은 왕복 1마일, 1시간 정도 소요되고, 많은 고대 소나무들이 있어요. 므두셀라 워크는 왕복 4.5마일, 3시간 소요됩니다. 여기엔 가장 오래된 므두셀라 나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디스커버리 트레일은 고대 소나무를 자세히 볼 수 있고, 사진 찍기에도 좋고, 길이도 짧다고 해서 여기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고산증이었어요. 여기가 무려 11,190피트나 되고, 트레일도 평평한 길이 아니라 오르막이라서 최대한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었거든요. 고산증 증상이 보이면 바로 하산하는 걸로.

브리슬콘 나무는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어요. 마치 꽈배기를 틀듯이 꼬아지듯 자라 있고, 날씬한 나무도 있고, 뚱뚱한 나무도 있고, 가지가 제멋대로 휜 것도 있고. 아무튼 신기한 형태를 하고 있어요.

고도가 높아서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나이테를 이용해 옛날의 날씨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었어요. 나이테의 두께와 간격에 따라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얼마나 더웠는지, 얼마나 추웠는지를 파악해 옛날의 날씨를 알아내고,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연구였지요. 당시에는 오래된 나무는 당연히 키가 크고, 건조하거나 매우 덥고, 추운 곳엔 오래된 나무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구불구불하고, 신기한 가지가 있는 나무를 발견하고, 표본을 가져와 연구한 끝에 4000년이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브리슬콘 소나무예요.

브리슬콘, 강털 소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혹독한 환경에서 가장 오래 산다고 합니다. 건조한 기후에선 나무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살아남기 힘들고, 100년에 고작 25밀리미터 정도로 천천히 자란 나무는 견고하고, 치밀해 해충이 뚫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힘든 환경에서 '가장 오래된' 이란 타이틀을 얻었으니, 내가 힘들다고 하는 일들이 정말 힘든 일인지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는 견고하게 자란 덕에 쉽게 썩지도 않고, 이 상태 그대로 남는다고 합니다.

트레일의 정상에 올라오니, 갑자기 날카로운 돌들이 무더기로 나타났어요. 돌 때문에 걸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산을 하면서 갑자기 눈에 띈 소나무 한그루. 범상치 않다.

가까이 내려가서 사진을 찍으니 팸플릿에서 지겹도록 본 그 나무더라고요. ㅎ 이 나무가 포토그래퍼들의 뮤즈였네요.

비록 은하수가 내리는 하늘은 아니지만 디스커버리 트레일이 사진을 남기기에는 더 좋은 장소라는 게 확실해졌어요.

이제 차를 타고 하산을 합니다. 보조석 옆은 계속 절벽인데, 곰배님이 자꾸만 사진을 찍으래요. 으하항, 나 무섭다고! 보지도 않고 막 셔터를 눌러 댔어요. -_-;; 전망대 같지도 않은 곳에 갑자기 차를 세우겠대요. 악! 제발 세우지 마! 나 안 내릴 거야!

영혼이 탈탈 털린 채로 저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_-

마운트 에반스를 갔을 때 무너질 듯한 절벽 위 도로와 고산증을 경험했음에도, 여기 도로는 그것만큼이나 무서웠고, 그나마 다행인 건, 트레일을 완주했다는 것. 아쉽게도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 앨라배마 힐스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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