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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문화가 있는 날] 매월 마지막 수요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서울관 투어! (ft. 개이득 무료 관람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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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인거 잘 알고 계시죠. 한국에 방문한 8월의 어느날, 마침 월말이라서 더위를 뚫고 미술관 투어에 나섰습니다. 제가 선택한 이 날의 루트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점심-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순입니다. 원래도 입장료가 저렴한 편이라 부담은 없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핑계로 시원하게 미술관 투어를 하기에 아주 좋지요. ^-^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석조전으로 가면 됩니다.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가 열리고 있는데, 2026년 2월 22일까지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향수'라는 단어에 코끝이 찡해지더니, 전시된 한국 근대미술의 풍경화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안겨줬어요. 상실과 이산의 아픔 속에서도 피어난 재건의 희망, 그 시절 화가들의 눈에 비친 이 땅의 풍경은 어찌나 감성적인지... 그림 하나하나에 새겨진 우리네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옛 그림 앞에서 '갬성' 충만해 집니다. 훌쩍.

수묵화만의 공간의 깊이와 원근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한장의 그림일 뿐인데, 마치 동영상처럼 움직임이는 것 같고, 그때의 긴박함이 그대로 느껴져요.

마치 동화같은 그림체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이중섭 화가님.

 

 

전시를 다 보고,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어보니 배롱나무의 분홍빛 꽃에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다음 목적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로 가기 전에 안국역 근처에 있는 도트 블랭킷에서 혼점을 하려고 해요. 평일 점심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거의 30-40분은 기다린 듯. (여기서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더웠어요. ㅜ.ㅜ) 그래도 맛있어서 용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선 친구를 만나서 함께 관람했어요. 전시장이 엄청 커서 둘러보는데, 살짝 부담이 있긴 했어요. 역시 하루에 두탕은 무리인가? 다른 것보다 특히 김창열 전시가 기억에 남는데요. 물방울이라는 소재로 매우 다양한 작품을 만드셨더라고요. 

흔하게 볼 수 있는 물방울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고, 역시 성공하려면 한우물을 파면 되는구나, 끈기가 필요하구나를 느끼게 되었어요. 대단해, 정말 물방울에 광기가 느껴져. 

캔버스에 맺힌 수많은 물방울들. 가까이서 보니 그 투명함과 생동감이 예사롭지 않아요. 물방울 하나하나가 흡사 우주의 축소판 같기도, 삶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철학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 물방울이 내 눈물 아닐까? (과몰입) 무수히 많은 물방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제 모습이 솔직히 좀 웃겼어요. 하지만 그 깊은 고독함과 해학이 김창열 작가님의 매력이겠죠?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게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집에 와서 샤워할 때 물방울만 봐도 '작품이네.' 하면서 헛소리 한 건 안 비밀.)

여긴 슬쩍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 같기도?

미술관 내에 있는 테라로사에서 친구와 함께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꽤나 맛있어서 놀랐음.)

하루에 두 곳의 미술관을 정복하고 나니, 마치 예술의 신에게 영혼을 채찍질 당한 듯한 기분? (좋은 의미로!) 무료 관람 혜택 덕분에 주머니는 지키고 마음은 풍족하게 채울 수 있었던, 완벽했던 8월의 마지막 수요일이었습니다. 이번 달 문화가 있는 날, 여러분은 어디로 떠나실 건가요? 저와 같은 루트로 미술관 투어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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