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내장산 단풍 모습을 보여드리며, 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죠. 내장산보다 서울 어딘가의 단풍이 더 멋있었다고 슬쩍 운을 띄웠던 그곳을 오늘 보여드릴게요.
<왕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게 된 석파정의 가을 단풍>
※ 2019년 11월 14일에 다녀왔습니다.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이 관리하고 있는 석파정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흥선대원군 별서에 딸린 정자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된 장소입니다.
서울미술관과는 별도의 장소인 줄 알고 미술관 옆길로 한참을 올라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대낮에 운동 자알~했다~) 그냥 미술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입장권을 구매하면 됩니다. 미술관 건물 3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석파정이 나오거든요.
서울미술관 통합 입장료는 11000원이며, 석파정 일일 입장권은 5000원입니다.
가을의 상징인 억새와 감이 저를 먼저 반겨주네요. ^^
따뜻한 햇살 아래 백구가 전자레인지에 돌린 인절미처럼 추욱 늘어져 있네요.
아! 석파정을 둘러보면서 스탬프 투어 지도에 도장을 찍어 미션을 완성해 보세요. ^^
이 커다란 바위는 너럭바위 또는 코끼리바위라고 불립니다. 자세히 보면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 아무리 쳐다봐도 잘 모르겠네요. -_-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긴 하지만 확실히 내장산 단풍보다 운치 있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고요하게 단풍 즐기기에 정말 좋은 장소였어요.
이 정자가 바로 석파정입니다. 한국 정자 형식이 아닌 중국풍으로 지어졌으며 바닥은 화강암으로 마감하고, 기둥에 꾸밈벽을 달고, 특히 지붕을 청나라풍으로 올렸습니다.
이 건물들은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안채와 사랑채, 별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마루에는 앉을 수 있어요. 저기 사람들 앉아있는 모습 보이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마루에 앉아있으면 아까 봤던 백구처럼 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석파정의 연못은 살얼음이 껴있고, 그 위를 알록달록한 단풍이 카펫 마냥 뒤덮여 있어요.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있다면 그 위를 걸어보았을 텐데요.
사랑채 앞에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 60호인 650년 된 소나무 천세송이 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지지대가 없다면 나무는 어떻게 됐을까? 쓰러졌을까? 아님 다른 형태로 자랐을까? 사람이 나무 보호를 위해 만들어 준 나무의 주변 상황을 소나무는 원했을까?
신라시대 삼층석탑은 경주 근처 개인 소유의 경작지에서 수습해 가져와 현재 모습으로 복원, 2012년 석파정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석파정 안을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은 공간에 많은 문화재와 더불어 아름다운 단풍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석파정, 멀리 지방까지 가지 않아도 그에 못지않은, 아니 더 멋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석파정, 격하게 추천하는 장소입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가는 방법
- 경복궁역 하차 (지하철 3호선 3번 출구) → 지선 버스 승차(1020, 1711, 7016, 7018, 7022, 7212) → 자하문터널 입구 하차
- 광화문역 하차 (지하철 5호선 2, 3번 출구) → 지선 버스 승차 (1020, 1711, 7016, 7018) → 자하문터널 입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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