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가득한 하비예르 카예하 특별전 (예술의 전당)

올해 여름 한국의 기록적인 폭염을 경험하면서 시원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전시회나 다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는 왜 그리 오는 건지. -_- 출국날짜를 정하고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자니 그깟 비가 대수냐 싶어 CJ One에서 받은 50%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하비예르 카예하 특별전을 보러 갔어요. 서초역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20분이나 기다려야 하고 차가 막히는 게 장난이 아니라서 그냥 걸어갔어요. 하비예르 카예하 특별전은 전설의 고향이 아니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서 전시하고 있어요. 1층은 뭉크 전시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답니다.

관람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22,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12,000원

네, 준비됐어요.

일단 사람이 없어서 정말 고요하고 여유롭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얼굴에 사이 먼 커다란 눈, 머리에 비해 빈약하고 거의 신경 쓰지 않은 듯한 몸뚱이. 이 작가 작품의 특징인가 봅니다. (사전 지식 1도 없이 감.)
그럼 이쯤에서 작가에 대해 알아볼까요? ^-^; 25살에 처음 예술을 시작했고, 난해한 현대미술에 염증을 느끼고, 보다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예술적 실험 끝에 하비에르는 진정한 독창성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죠. 여기 있는 모든 작품들이 하비예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언뜻 보면 요시토모 나라와 굉장히 비슷하며, 실제로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시토모의 작품보다는 색감이 밝고, 인물의 표정 또한 밝습니다. (정서상으로는 이 분의 작품이 더 좋을 수도 있겠군요.)

하비예르 전시에서 드로잉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조각 설치 작품들이에요. 예전부터 이런 토이작품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잠시 잊고 있다가 불현듯 이 전시로 인해 다시 생각났어요. 그런데 진짜 어떻게 만드는 거지?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건가? 직접 깎고 다듬는 건가?

생명이 없는 조각의 커다란 눈이 회화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미스터 군터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는 마치 저를 보고 있는 듯하네요. 진짜 이렇게 생긴 고양이가 있으면 어떨까? ㅎㅎ

 

 

요즘은 전시 내용도 QR코드로 볼 수 있어요. 이 방은 '머리가 구름 속에 있다'를 표현한 거래요. 마음이 산란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암시하죠. 하비예르는 전시장의 벽도 확장된 캔버스로 여기며 작업을 했어요. 전시장 곳곳에 그의 노력과 손길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그가 그의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어요.

요즘 미술 수집품의 트렌드는 아트 토이인것 같아요. 하비예르 또한 아트 토이 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아까 다른 곳에서 봤던 커다란 머리들이 작은 사이즈로 있으니 정말 이것은 일반인들을 위한 소장품인가 싶어서 나도 어서 구매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지배를 합니다. 사고 싶다. 사이즈만 작아졌지 디테일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이 완전히 똑같던데,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이냐? -_- 

이건 조금 무서움.

이런 디테일을 보면 전시 기획에도 꽤 많은 부분 관여한 듯.

비 오는 창을 잠시 바라보다가 슬슬 일어났어요.

비싼 아트 토이는 구매할 수 없으니 대신 스티커 하나 샀어요. ㅋ 랩탑에 붙일 예정.

꽤나 귀여운 캐릭터가 가득해서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기 좋고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아트 토이가 많은 게 흠이랄까? 10월 27일까지 전시 일정이 잡혀있으니 관심 있다면 한가람 미술관으로 고고!